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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 지출하지 않았어도 되는 돈의 액수를 구하시오.
    2020. 11.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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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정혈통 약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생 먹는 정혈통 약은 몇 알일까?'

    다큐 피의 연대기에서 여성들이 평생 정혈을 하면서 흘리는 피의 양이 약 10L라고 했는데, 이제껏 우리가 흘리는 피의 양만 생각하고 먹는 진통제의 양은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정혈통이 없거나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쭉 정혈통이 심했기 때문에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충 계산을 해봤다.

    일단 나는 보통 정혈 3일차까지 정혈통이 있고 운 나쁘면 4일차까지, 운 좋으면 2일차에서 끝난다. 1-2일차에 2알씩 2-3번 먹으니까 하루 4알씩이라고 치고, 3-4일차에는 하루 2알씩 한번 먹는다. 근데 대부분 4일차까지 아픈 일은 잘 없어서 3일차까지만 계산하기로. 그럼 일주일 정혈 기간 동안, 한 달에 최소 10알을 먹는 셈이다. 여기에 곱하기 12개월 하면 1년에 120알. 완경하는 평균 나이가 50세 정도고 난 13살에 초경을 했으니 그럼 약 38년을 정혈 하겠고.. 120알 곱하기 38 하면 4,560알. 엄마가 출산하면 정혈통 줄어든다던데 난 평.생. 출산할 생각 없으니까 이 수치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엄마 예전 직장 동료분은 엄마 또래인데도 하루에 정혈통 약을 10알씩 먹는다고 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이가 든다고 통증이 나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먹는 정혈통 약은 한 팩에 10알 들었고 3천 원이다. 4,560알을 10알로 나누면 456이고 여기에 3,000을 곱하면 1,368,000원이다. 나를 위해 지출해야만 하는 돈이자 남자들은 평생 지출할 일 없는 돈. 빡친다. 남자가 정혈을 했더라면 정혈통을 완전히 없애주는 기술이 나왔겠지. 남자들은 돈 쓰지 않지만 여자들은 돈 쓰는 곳이 꼭 코르셋 용품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민경 작가님의 책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의 타이틀 문구는 "여성이 더 받았어야 하는 임금의 액수를 구하시오"다. (이 문장을 살짝 바꿔서 제목을 지어봤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반대로 여성의 지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임금을 눈에 띄게 적게 받으면서도 남성이 돈 쓰지 않는 곳에 굳이 돈을 쓰게 되는 것들이 많다. 이것은 정혈통 진통제처럼 '써야만 하는' 형태일 수도 있고, 코르셋 용품처럼 사회에서 '써야만 하도록 만든' 형태일 수도 있다. 그 종류와 형태에 관계없이 여성들이 이제껏 당연하게 해왔던 지출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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