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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 Write] 2주 글감 7회차 '축제'글 2020. 5. 11. 21:01728x90
출처: unsplash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미끄러지며 시끄러운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 날카로운 소리는 꼭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자동차 한 대가 미끄러지면서 다른 차와 충돌하고, 그 차가 또 다른 인접한 차와 충돌하고. 도미노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이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롭고 차갑기만 한 이 소리가, 어째서인지 안 좋게 들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불꽃을 뿜으며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여자는 아무 표정 없이 멀리 떨어진 다리 위에서 난간에 두 팔을 올려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몇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가 도착했다. 곧이어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도착했다. 곳곳의 이글거리는 불길 속에서 바삐 움직이며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 그 모습은 마치 캠프파이어 주위를 돌며 각자의 춤사위를 벌이는 것 같았다. 물을 뿌려 캠프파이어 불을 끄려 하고, 축 늘어진 무언가를 들고 신나게 뜀박질을 하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속보가 올라왔다. 여자는 이미 예상했던 뻔한 내용에 지루함을 느끼며 기계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스크롤을 내렸다. 그때, 한 문장이 여자의 시선을 끌었다.
[현재 대부분의 사망자 신원 확인 완료, 전원 남성]
그것은 역시,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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