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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두
    2021. 7. 29.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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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unsplash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과일이 뭐야? 하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세 가지 정도의 후보에 자두는 늘 없었다. 그 후보들은 좋아졌다가 별로 안 좋아하게 되기도 하고 1순위에서는 밀려났지만 여전히 같은 질문을 들으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과일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변화 속에서도 자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자두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언제부터 자두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를 좋아하면서부터였나. 아니면 비슷한 시기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맛난 자두를 얻어먹었던 것 때문인가. 명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꾸준히 해오던 것들은 그 시작 시기가 불명확하기 마련이니 이것도 느슨하게 오랫동안 좋아해 온 과일이라 그런가 생각했다.
    어릴 적 오빠랑 캐치볼을 하던 야구공보다는 작고 바닥에 튕기며 놀던 형광색 탱탱볼보다는 큰 크기의 자두를 한 손에 쥐고 베어 문다. 나는 과일을 크게 먹지 못하기에 한번 베어 물면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그 작은 한 입이 내 온 입안에 상큼함을 가져다준다. 상큼하면서도 조금 신 맛에 미간은 기분 좋게 찌푸려진다. 침인지 과즙인지 둘이 섞인 것인지 모를 액체가 후드득 떨어지면 급하게 턱 밑에 한 손을 받쳐 댄다. 손이 끈적해지는 것도 모르고 먹다가 어느새 하나를 거의 다 먹어서 탱탱볼만 해지면 입안에 통째로 넣어 씨앗을 삼키지 않게 살살 굴려 가며 씨앗 옆에 붙은 살을 발라 먹는다.
    엄마가 너 자두 좋아하니까 이번에 집에 와 있을 때 많이 먹고 가라고 했다. 조금 크고 나서는 자두 먹고 싶다든지 좋아한다든지 하는 말을 안 했던 것 같은데, 엄마가 기억할 정도로 내가 어릴 때 자두를 좋아했던가. 분명 좋아한 기억은 있는데 좋아하는 과일 후보에 오르지는 않고 막상 먹으면 내가 왜 자두를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덩그러니 남은 노란색 씨앗을 보며 끈적해진 손가락을 빨면서 하나 더 먹을까 고민하게 된다. 자두는 그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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