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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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이동성과 억압 <와즈다> 감상문영화 감상문 2020. 10. 4. 23:23
※ 스포 있음. 영화 초반부에 와즈다가 먹던 샌드위치를 뺏어서 달아나는 남자아이를 쫓아 달려가서 샌드위치를 다시 뺏는다. 이 과정에서 히잡이 흘러내려간 걸 다시 고쳐 쓰며 와즈다는 달린다. 그리고 되찾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걸어가는데 아까 그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다시 와서는 히잡을 벗겨 천을 바람에 휘날리다 던져버린다. 바닥에 떨어진 히잡을 주우며 노려보는 와즈다에게 남자아이는 말한다. "정말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냐?" 이 말이 참 웃겼다. 아까 와즈다에게 잡힌 사람은 누구였으며, '나'가 아니라 '자전거'를 잡지 못하는 거겠지. 달리기로는 와즈다에게 이기지 못하니 바로 뛰어가서 자전거 타고 오는 꼬라지가 진짜 같잖다. 남자들도 자신의 권력이 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권력 위에 올라타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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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의 성장 영화 <아리아> 감상문영화 감상문 2020. 8. 26. 04:27
※ 스포 있음. 아리아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다. 아리아의 모부가 이혼을 한 뒤 엄마네 집에서 쫓겨나면 아빠네 집으로, 또 쫓겨나면 엄마네 집으로. 여러 차례 큰 배낭을 메고 오고 간다. 가끔은 쫓겨나는 게 아니라 가출을 하기도 한다. 나는 아리아에 이입하면서 이 영화를 봤다. 나의 어린 시절과 닮은 부분이 많아서 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는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다. 모부가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다가 이혼을 하기도 했고 이혼하기 전부터 굉장히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아이를 다루는 장면들이 나온다. 좋지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조금 삐뚤어져서 저공 비행청소년 정도가 된 아리아는 단짝 친구와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남의 집 건물의 우편물을 모두 빼오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근데 저 정도의 가정환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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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버린 여자들의 우정과 사업 <바그다드 카페> 감상문(스포O)영화 감상문 2020. 7. 24. 20:43
영화 줄거리: 남편과 여행지에서 싸운 쟈스민(야스민)은 짐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려 남편에게서 도망친다. 그렇게 혼자 걷다가 한 카페에 도착했고 그 앞에서 카페 사장인 브렌다를 만난다. 쟈스민은 브렌다가 운영하는 모텔에 숙박한다. 브렌다는 쟈스민을 의심하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쟈스민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영화에서 중간중간 나오는 ost가 정말 좋다. youtu.be/oCLpLWcX2cg #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감상 영화 시작부터 갑자기 별 대사도 없이 쟈스민과 그의 남편이 부부싸움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가난 쟈스민이 트렁크에서 짐가방을 꺼내고 남편에게서 벗어난다. 남편이 자신을 쫓아올 것을 예감하고 숨기까지 한다. 흔한 부부싸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절대 다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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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의 주체적인 캐릭터 그레텔이 주도하는 공포영화 <그레텔과 헨젤> 추천글 (약스포)영화 감상문 2020. 7. 11. 00:59
원작 동화의 제목은 '헨젤과 그레텔'이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그레텔과 헨젤'인 것을 보고, 또 짧은 머리의 그레텔 캐릭터를 보고 흥미가 생겨 예고편을 찾아보고 개봉날(8일)에 봤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서, 공포영화 못보는 분들 제외하고 많은 여성주의자가 봤으면 좋겠다. 근데 평소 자극적인 공포영화 좋아하시는 분은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음. 물론 잔인하거나 다소 크리피한 요소들이 있었지만, 공포영화인 것 치고는 엄청 무섭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완전히 잔혹하고 끔찍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장이 쫄깃하면서도 굉장히 색다른 내용이었다. 아래에 최대한 결정적인 스포 없이 좋았던 장면/대사를 적어보려고 한다. # '생각보다 훨씬 메갈영화인데...?' 싶었던 장면(대사) 1. "미세스(부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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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배종옥 배우 캐리 영화 <결백> 감상문 (스포O)영화 감상문 2020. 6. 14. 03:44
※ 스포 있음. 줄거리 요약: 과거에 가정폭력에서 달아나 현재 유능한 변호사가 된 정인(신혜선)은 자신이 다니는 로펌에 있던 티비를 통해 체포된 엄마(배종옥)의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농약 막걸리 사건' 변호를 맡게 된다. 수상한 것 투성이인 사건에서 하나 둘씩 정황이 아닌 증거를 확보하게 되고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 남감독의 한계점 1. 신혜선 배우 아래에서 위로 훑는 앵글 나와서 빡침. 2. 강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지만 결국 남자에게 힘으로 상대가 안 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몇차례 나왔다. (가정폭력 장면 제외하고) 굳이 이런 장면들을 넣을 이유가 뭔가 싶다. 3. 법정에서 중앙에 있는 판사를 여성으로 했지만 그의 직책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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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의 여돕여 <레이트 나이트> (스포O)영화 감상문 2020. 6. 3. 00:58
※ 스포 있음.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전에 재밌게 봤던 '레이디스 나잇(원제: Rough night)'이 떠올라서 호기심에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대여해서 봤다. 여성주의적 시각을 배제하면 3.5점 정도인데 여성 캐릭터들 설정과 중간중간 나오는 대사들이 좋아서 4.0점을 줬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면서도 '이거 여자가 만들었구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트리플 F(여성 주연, 여성 감독, 여성 작가)였다. 역시 여자들이 만든 여자들의 이야기는 눈에 띄게 다르다. 줄거리 요약: 코미디계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20년 넘도록 커리어를 유지해 온 주인공 캐서린 뉴베리(엠마 톰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랫동안 진행하던 토크쇼에서 밀려날 위기에 닥친다. 원래 있던 남작가를 쿨하게 자르고, 새 직원으로 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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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 스릴러 영화 <언더 워터> 감상문 (스포O)영화 감상문 2020. 5. 29. 05:39
※ 스포 있음. 한번만 봐서 최대한 기억을 되짚어서 쓴 거라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꼭 쓰고싶었던 부분 위주로만 씀. 첫장면, 사람이 감정적이면 잃는 게 많아지고 힘들다며 냉소적인 게 좋다고 하는 크리스틴의 나레이션이 나옴과 동시에 거미를 살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노라(크리스틴)는 감정적인 사람으로 살면서 힘들었던 일이 많았나 보다. 본인이 원래 냉소적인 사람이 아닌데, 냉소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런 영화에선 나레이션이나 주요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주절주절 설명하는 씬이 나오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다소 짧은 크리스틴의 나레이션이 끝난 뒤 양말을 신으려던 중에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천장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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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롤을 수행하지 않는 여자아이를 담은 영화 <톰보이> 감상문 (스포O)영화 감상문 2020. 5. 15. 22:14
※ 스포 있음. 셀린 시아마 감독전에 못 갔던 나는 톰보이를 비롯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5월 톰보이 개봉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캘린더에 표시해뒀었다. 그리고 개봉일인 오늘(14일) 보러갔다. 마침 새로 사귄 동네친구와 만나기로 했어서 잘됐다 싶어 함께 톰보이를 봤다. 영화는 기대했던 만큼 좋았고,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16일에 한번 더 봤다^^) 이제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내 감상과 추측을 담은 감상문을 써내려가고자 한다. 이 감상문은 전체적인 스토리 위주, 로르와 리사의 관계, 로르와 잔의 관계, 영화 속에서 드러난 여성혐오와 젠더롤, 사소한 추측과 궁금증, 짧은 총평 정도로 나누었다. (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