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과거에 가정폭력에서 달아나 현재 유능한 변호사가 된 정인(신혜선)은 자신이 다니는 로펌에 있던 티비를 통해 체포된 엄마(배종옥)의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농약 막걸리 사건' 변호를 맡게 된다. 수상한 것 투성이인 사건에서 하나 둘씩 정황이 아닌 증거를 확보하게 되고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 남감독의 한계점
1. 신혜선 배우 아래에서 위로 훑는 앵글 나와서 빡침. 2. 강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지만 결국 남자에게 힘으로 상대가 안 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몇차례 나왔다. (가정폭력 장면 제외하고) 굳이 이런 장면들을 넣을 이유가 뭔가 싶다. 3. 법정에서 중앙에 있는 판사를 여성으로 했지만 그의 직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쨍한 발색의 립을 바르고 있었다. 4. 남성 조연들이 다 조연급에서 꽤 잘 쳐주는 남배우들이었는데, 신혜선 주연으로만 밀고 가기에는 불안했던 걸까? 물론 신혜선 배우와 배종옥 배우에 비해선 적은 비중이었지만, 그 남성 카르텔이 너무 뻔해서 별로였다. 악역, 조연까지 여자들이 했으면 좋겠다.
# 정인의 과거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정인의 합격 통지서?(자세히 못 봄) 같은 종이를 눈앞에서 북북 찢으며 정인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내가 죽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마."라며. 입 밖으로 뱉으면 다 말인 줄 아나...ㅋㅋ 본인은 쫄딱 망했고 할 줄 아는게 없는데 딸은 똑똑하니까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신체적, 정신적 폭력 가리지 않고 엄마 딸 가리지 않으며 폭력을 행사한다. 정말 왜 그렇게 사니.
정수에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핑계로 정인에게 지원을 안 해준다. 정인의 남동생 정수는 자폐아다. 다른 사람들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만약 정인이 자폐아고 정수가 똑똑한 아들이었으면 똑같았을까? 그럴리가. 오히려 반대로 똑똑한 아들이 잘 돼야 한다고 지원을 몰아줬을 것이다. 위에 정인에게 지원해주지 않은 이유를 '핑계'라고 쓴 이유다. '아들'이라는 단어는 어느때나 효과 좋은 핑계가 된다.
탈집하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를 봤던 장면에서 정인은 고속버스에서 창밖으로 엄마를 마주하자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친다. 하지만 곧바로 뒷자리로 걸어가서 뒷쪽 창문을 통해 주저앉아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본다.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좀 잘해라...)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불쌍한 엄마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 인상 깊었던 장면 위주의 감상
1. 남편의 여동생은 화자를 진심으로 미워하는게 아니었다 상갓집에선 죽은 남편의 여동생이 화자(배종옥)에게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다는 둥, 우리 오빠가 죽었는데 노래나 부르고 있다며 엄청 화를 낸다. 그런데 화자가 체포되자 엄청 걱정하며 정수를 대신 돌봐주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변호사비도 대준다. (시장과 한패인 놈이었지만.)
2. "돈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죄에 집중해야죠." 로펌에서 정인의 유능함을 이용해 죄가 있는데도 무죄로 만들어주는 의뢰를 꽤 많이 받는 듯 하다. (초반부에 나오는 재판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자 씨익 웃는 사람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 것에 질린 정인이 회사 대표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돈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죄에 집중해야죠."라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자신의 능력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3.아들바라기 엄마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려 심문하는 도중 계속해서 엄마가 정수 얘기만 한다. 정작 딸인 자신은 알아보지 못하면서. 그래서 듣다 못한 정인은 화를 내며 자리를 뜬다. 이 장면 너무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인상 깊었다. 남자자매 있는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엄마 걱정해주는건 딸인 나 밖에 없는데 엄마는 항상 아들만 바라보고 걱정한다.
4. 남경들에게 반말로 소리지르는 정인 정인이 원래 수사에 협조하던 남경들에게 찾아가 무언가를 부탁했는데 남경이 거절하며 사무실을 나가니 따라서 사무실을 나와 남경 무리에게 소리 친다. "수사협조 안 하고 뭐하는거야!" 이때 좀 놀랐다. 정인은 유교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경들은 전혀 겁을 내지 않고.. 그쪽 때문에 우리가 이 사건에서 손 떼게 됐다며 되레 화를 냈다.
5. "변호사 양반" 단어를 쓰며 정인을 깔보는 추어쩌구 시장 억지로 재판을 받게된 추시장. 정인이 심문을 하는데 계속해서 "변호사 양반"이라는 단어로 말을 시작한다. 보통 "양반"이라는 단어는 상대방을 자신보다 아랫것으로 보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어떻게든 정인을 낮잡아 보려고 하는 그의 추한 태도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6. 반말+흥분하며 고함을 지르는 추시장에게 사이다 날리는 정인 추시장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금광사업과 땅에 관해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인이 증거들을 제시하며 그의 거짓말을 밝혀내자 흥분한 그남은 큰 소리로 지금 뭐하는 거냐며 화를 낸다. 그러자 정인이 증인석을 두 손으로 세게 내리치며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한다. "지금 범인 잡으려는(찾으려는?) 거잖아." 이 장면 정말... 너무... 멋있었다...
7. 재판이 끝나고 남검사가 엄마의 무죄를 확신하냐고 묻던 장면 정인의 엄마(화자)는 사실상 유죄였지만, 정인은 그 사실을 알고도 무죄 선고를 이끌어냈다. 대신 죽은 아빠의 살인을 수면 위로 올려 유죄임을 알린다. 재판이 끝나고 추시장과 한통속이었던 남검사가 정인에게 당신의 엄마가 정말 무죄라고 확신하냐고 물었고 정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어요." 맞는 말이다. 이 장면에서 재판에서처럼 하얀 거짓말로 무죄가 확실하다고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는 점이 좋았다.
# 총평
가정 내에서 아들과 딸을 차별하거나 딸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알면서 모른체 하는 엄마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아빠에겐 피해자지만 나에게는 가해자다. 그래서 많은 딸들이 엄마를 미워하다가도 결국 실패하고 만다. 나의 경우도 그렇기 때문에 많이 공감됐다.
한국 영화 종특이 가족으로 슬픈 스토리 엮어서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이게 너무 싫다. 이 공식 좀 버렸으면 좋겠다. 왜 다들 비슷한 공식을 스토리만 조금 변형해서 자꾸 써먹는거지? 10년 전에 유행했던 인소에서 항상 병에 걸린, 아픈 주인공이 나오는 것과 똑같다. 정말 구시대적이다. 하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공식에서 이 영화는 엄마와 딸을 이용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랬나?
정인이 강하고 자신을 믿는 캐릭터라 좋았다. 엄마의 사건을 맡겠다고 얘기하는 장면에서, "금방 끝내고 돌아올게요."라고 말하는 것에서 느껴진다. 자신이 질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금방 끝낼 수 있는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두고 보세요. 내가 결백을 증명할테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에서도 자신감 있는 멋진 사람임이 드러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남경, 추시장에게 반말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통해 겁이 없고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판에서 변호사는 항상 서있고 증인은 앉아있기 때문에, 정인이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이 좋았다. ^몇몇^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만 해도 자존심에 타격이 가고 위협을 느낀다고 하니까.. 아래로 내려다보며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심문을 할 때 굉장히 KIBUN이 나빴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감독+전형적인 한국 영화라 아쉬운 점이 많고,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한 것들이 많았지만 신혜선 배우와 배종옥 배우의 멋진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라서 좋았다. 신혜선 배우님 정말.. 유치한 연애 드라마에 나오기 아까운 배우다. 앞으로도 많은 영화에서 주연자리를 꿰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