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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버린 여자들의 우정과 사업 <바그다드 카페> 감상문(스포O)
    영화 감상문 2020. 7. 2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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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줄거리: 남편과 여행지에서 싸운 쟈스민(야스민)은 짐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려 남편에게서 도망친다. 그렇게 혼자 걷다가 한 카페에 도착했고 그 앞에서 카페 사장인 브렌다를 만난다. 쟈스민은 브렌다가 운영하는 모텔에 숙박한다. 브렌다는 쟈스민을 의심하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쟈스민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영화에서 중간중간 나오는 ost가 정말 좋다. youtu.be/oCLpLWcX2cg


    #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감상

     

    영화 시작부터 갑자기 별 대사도 없이 쟈스민과 그의 남편이 부부싸움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가난 쟈스민이 트렁크에서 짐가방을 꺼내고 남편에게서 벗어난다. 남편이 자신을 쫓아올 것을 예감하고 숨기까지 한다. 흔한 부부싸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절대 다시 남편에게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무거운 짐가방을 끌며 사막 한복판을 걷는 쟈스민에게 어떤 남자가 "태워줄까요, 부인?"하고 물어도 잠시의 고민도 않고 바로 거절한다. 남자의 도움을 받지 않는 쟈스민의 성격이 좋았다. 그렇게 힘겹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바그다드 카페 앞. 그곳엔 남편과 싸우고 울고 있는 바그다드 카페 사장 브렌다가 있었다. (위 장면임.) 이 장면에서 쟈스민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브렌다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나는 이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둘 다 남편과 싸우고 남편이 옆에 없다는 점은 같았지만, 쟈스민은 남편에게서 떠나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사막을 걸어오느라 흘린 땀을 닦고, 브렌다는 남편과의 싸움 후 남편이 떠나자 눈물을 보였다. 온종일 남편에게 소리지르며 화를 내고, 명령을 하는 브렌다가 참 좋았는데 생각보다 남편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브렌다는 이 지역 보안관에게 연락해서 쟈스민이 수상한 것 같다며 조사를 해달라고 부를 정도로 쟈스민을 불신했었다. 쟈스민이 급하게 트렁크에서 짐가방을 꺼내느라 착각해서 남편의 가방을 들고왔는지 본인이 입고 있는 옷 한벌 말고는 전부 다 남자옷인데, 언제 떠날지 모르겠다고 말하니 수상하게 여길만 하다. 사실 싫어했다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예쁘게 양쪽으로 머리를 땋은 남보안관이 여권과 왕복 비행기 티켓을 확인하고 아무 이상 없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미심쩍어 했으니까. 그래서 쟈스민이 지저분한 모텔 건물 내부를 깔끔히 청소했을 때도 엄청 화내면서 싫어했다. 

     영화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대사가 있다. 자신을 누군가가 쟈스민이라고 불렀을 때 "저는 문치슈테트너 부인인데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꽤나 여러번 나온다. 탈혼할 생각으로 남편과 싸우고 도망쳐 여기로 왔으면서 왜 이렇게 말했을까? 시대가 좀 옛날이다 보니까 옆에 남편이 없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싫었던 걸까?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그러나 저렇게 말하던 쟈스민도 어느새 자신을 쟈스민이라고 소개하고,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쟈스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주변인들이 다 미세스라고 부르다가 미스라고 부른다. 작은 대사의 변화일지라도 쟈스민에게 있어서는 매우 큰 변화다.

     이 영화에는 쟈스민과 브렌다의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브렌다의 딸인 필리스와 또 한명의 장기 투숙객인 데비가 있다. 필리스는 쟈스민에게 메롱을 할 정도로 쟈스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쟈스민의 방에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쟈스민의 옷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쟈스민이 친구에게는 옷을 빌려줄 수 있다고 하니 금세 친구가 되어버린다. 나는 약간 놀랐던게, 필리스가 옷을 빌려입기 위해 대충 좋아하는 척 하고 진짜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말로 둘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쟈스민은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을 싫어하던 브렌다와 필리스가 자신에게 감기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데비는 영화에서 몇번 등장하지만 거의 대사가 없었다. 영화 끝무렵에 데비가 짐을 싸서 떠나려고 하자 놀란 브렌다와 쟈스민이 왜 떠나냐, 우린 가족이지 않느냐고 물으니 데비는 너무 정이 들어서라고 말한다. 이 장면도 좋았다. 하지만 아쉬웠다.

     쟈스민이 마술을 엄청 잘한다. 쟈스민이 바그다드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마술을 조금씩 보여주자 라스베이거스보다 더 재밌다며 입소문을 타서 바그다드 카페에 손님들이 엄청 많이 온다. 여기서 웃긴 게 저번에 방문했던 남보안관이 바그다드 카페가 장사가 잘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시동 켜고 바그다드 카페로 가서 쟈스민 보고 비자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고를 해야겠다고 한다. 진짜 속 좁은 놈...ㅋㅋ 그래서 결국 쟈스민은 다시 독일로 돌아간다. 그러고 얼마 후에, 브렌다의 모텔로 전화가 걸려온다. 브렌다가 "지금 어디라고?"라고 하자 아마 쟈스민인 것 같은 상대가 로젠하임이라고 한다. 영화 초반에 브렌다의 남편이 주워온 노란색 보온병을 본 브렌다가 다시 있던 곳에 갖다놓으라고 화를 냈었다. 그 노란색 보온병에는 로젠하임이라고 적혀있었다. 영화속에서 이 보온병이 쟈스민인 것 같다. 로젠하임에서 온 낯설고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존재.

     또 시간이 지난 후 쟈스민은 다시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바그다드 카페 내에서 브렌다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마술공연을 한다. 남편에게서 도망쳐나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유명해진 쟈스민이 너무 멋졌다. 아쉬운 점은 결말에서 브렌다의 남편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쟈스민의 남편은 영화 초반에만 잠깐 나오고 말았는데 브렌다의 남편은 영화 중간중간 계속 브렌다를 음침하게 관찰하는 모습이 나오긴 했다. 다시 돌아가려고 각을 쟀나 보다. 그런데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는 남편 없이, 쟈스민과 함께 행복하게 카페를 운영하는데도 남편이 돌아오자 반겨주며 포옹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남편이 떠나고 눈물을 흘리던 브렌다니까... 뭐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나 싶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여자랑 깊은 관계를 맺었고 이전에 남편과 살던 때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매일 화내고 소리만 지르던 브렌다가 매일 웃고 행복해졌는데 도대체 왜....!

     영화 속에서 어떤 남자가 맨날 부메랑을 던지고 논다. 그냥 지나가는 장면인가 싶었는데 부메랑 던지는 장면이 몇번이고 나와서 이것도 의미가 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이 부메랑이 쟈스민을 뜻하는 것 같다. 부메랑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다시 돌아온다. 쟈스민이 이라크에서 먼 독일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아무리 멀리 가도 다시 돌아오리라는 확신이 있는 존재다. 그리고 영화 끝부분에서 부메랑이 돌아오다가 거의 다 돌아왔을 때쯤 나무에 걸린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쟈스민이 다시 멀리 가지 않고 계속 바그다드 카페에 머물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 총평

     

     이 영화는 1987년 영화다. 그래서 남편을 버리고 대신 여성 동료와 함께 깊은 관계를 맺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성공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쟈스민과 브렌다, 필릭스, 데비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여성캐릭터들이 모두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조연으로 함께 나오는 남자들한테는 서사를 거의 주지 않았던 점도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아무래도 옛날 영화라 그런가.. 정말 싫었던 것이 있다. 어떤 늙은 남화가(이름 까먹음)가 쟈스민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는데 점점 쟈스민을 노출시키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서 흐린눈 하느라 바빴다...^^ 그림을 몇장씩이나 그리고 그 장면을 굉장히 오랫동안 보여주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의미도 모르겠고 그냥 그 시절 남감독의 빻타지를 연출시킨 것 같아서 불쾌했다. 이거랑 결말에서 약간 아쉬웠던 점 빼고는 좋았다. 여성들이 남편에게서 벗어나 눈물을 닦기 보다는 열심히 살아가며 땀을 닦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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