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의 성장 영화 <아리아> 감상문
※ 스포 있음.
아리아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다. 아리아의 모부가 이혼을 한 뒤 엄마네 집에서 쫓겨나면 아빠네 집으로, 또 쫓겨나면 엄마네 집으로. 여러 차례 큰 배낭을 메고 오고 간다. 가끔은 쫓겨나는 게 아니라 가출을 하기도 한다. 나는 아리아에 이입하면서 이 영화를 봤다. 나의 어린 시절과 닮은 부분이 많아서 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는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다. 모부가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다가 이혼을 하기도 했고 이혼하기 전부터 굉장히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아이를 다루는 장면들이 나온다. 좋지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조금 삐뚤어져서 저공 비행청소년 정도가 된 아리아는 단짝 친구와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남의 집 건물의 우편물을 모두 빼오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근데 저 정도의 가정환경에서 저 정도로만 삐뚤어졌다는 게 신기하다. 아리아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아리아는 단짝 친구와 서로를 '이스트'라고 부르며 매일 붙어다닌다. 단짝 친구가 머리를 짧게 잘라서 자신도 머리를 짧게 자른다. 친구는 턱 위로 오는 짧은 단발 정도였는데 아리아는 완전 숏컷으로 쳤다는 게 좋았다. 친구 머리를 똑같이 따라하려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짧게 잘라서 의외였다. 아쉽지만 이 친구랑 결국 나중에는 사이가 멀어진다. 단짝이었던 친구가 일방적으로 다른 친구와 어울린다.
이 영화에서 사소하게 나오지만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있다. 아리아의 담임 선생님. 여자 선생님이신데 하루종일 (거의 험악한 인상에 가까운..)무표정에 혼낼 때도 거친말을 쓰고 정말 무서운 선생님이다. 영화에서 몇번 등장하는데 정말 단 한번도 웃거나 상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정말 신선했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 초등학교 교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부숴버린 느낌이었다. 아리아가 로마시 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탔을 때도 웃지 않으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후반부에서 아리아가 절망감을 느끼다가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피를 흘리며 베드에 실려가는데 영화의 모든 장면을 통틀어서 가장 환하고 행복하게 웃었던 장면이었다. 엄마에게 나를 좀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아리아는 모부도 자신을 싫어하고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해서 그 슬픔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이 크게 다치고 집안일 해주는 아주머니와 모부가 자신을 걱정하니까 아리아는 활짝 웃는다. 이 장면이 너무 슬프면서도 좋았다.
과거의 나는 겁이 많아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크게 다치거나 죽으면 나에게 관심을 줄까, 그제서야 나를 걱정해주고 슬퍼해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그래서 크게 다치고 싶었다. 옛날에 엄마에게 나를 좀 사랑해달라고 말한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넌 애정결핍이야."라고 말하며 내가 잘못 됐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남들이 흔하게 받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애정을 못 받았으니까 당연히 결핍이 오는 거 아닌가? 애정이 부족해서 애정을 좀 달라고 했는데 내가 애정 결핍이라서 문제래. 그 원인은 가정에 있는데 내가 문제인 것처럼...ㅎ 그래서 옥상에서 떨어져 죽을 뻔 했지만 피를 흘리면서도 활짝 웃는 아리아의 모습이 너무 짠했다. 나는 다쳐도 걱정 안 해주는 모부 밑에서 자라서 부럽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레이디 버드>에서 주인공이 엄마에게 "엄마는 날 사랑하지만 날 좋아하지는 않잖아."라고 말했던 장면이 생각나서 더 울컥했다. 딸들을 좀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사랑을 줬으면 좋겠다.